[체스일기] 1 : 행복회로

오늘도 평화롭게 체스하는 나

나의 다음 계획은 폰으로 나이트를 쫓아낸 다음 내 영역에 떡하니 박혀 있는 폰을 맛있게 먹는 것이다.

그랬더니 비숍을 전개하며 나이트를 지키는 상대방.
언뜻 보기엔 방어를 강화하는 수 같아 보인다.

냅다 폰을 때려버렸다.

아니 그럼 나이트한테 잡히고 손해보는거 아닌가용?

나: ㄴㄴ내 말을 잘 들어보셈

만약 나이트가 내 비숍을 잡는다면?

아무런 방어가 없는 비숍을 잡고 들어가면서 체크를 넣을 수 있다.

오ㅋㅋ 님 좀 쩌는데용?

나: ㄴㄴ 여기서 끝이 아님

비숍이 왕 앞을 저렇게 막으면 이번 턴에 흑 나이트가 1번, 2번 칸으로 가는 것을 둘 다 막아야 하는데 2번 칸은 룩이 죽으니까 당연히 안되고 1번 칸으로 나이트가 가면 구석에 있는 룩이 갇혀서 죽어버리게 되지.

헐 그럼 우리 진거임? 어떻게 한턴에 공격 2개를 막아..

ㄴㄴ 그래도 난 다 생각이 있다

룩을 피하는 동시에 나이트가 오려는 칸을 위협하면 동시에 2가지 위협을 전부 막아낼 수 있지.

그 이후 게임은 내가 폰 한개 많은 유리한 수순으로 진행될 것 같은데..?

그럼 아까전 상황에서 비숍 말고 퀸으로 막으면 어떡하지..

그럴 땐 바로 나이트를 출격시켜서 상대방에게 참교육을 해줄 수 있지롱

퀸으로 나이트를 잡지도 못하는 게 퀸이 자리에서 움직이는 순간 킹이 잡히게 된다.

상대의 퀸으로 나의 퀸을 잡으면 나이트가 상대의 킹을 잡아버리는 상황이므로 결국 킹을 옮길 수밖에 없게 되지.

상대 킹이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칸은 여기밖에 없다.

그럼 바~로 체크메이트 ㅅㄱㅋㅋ

내 계획 어떰??

너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당장 진행시키도록.

가즈아ㅏㅏㅏ

?
?
?

님 이거 내 비숍으로 나이트 잡으면 퀸 잡히고 그렇다고 내 퀸으로 비숍도 못 잡는데 큰일난 거 아닌가용?

나: 내가 생각한 게 이게 아닌데

일단 도망가자

나이트: 77ㅓ억

이번엔 진짜 망한거 같은데 심지어 체크라서 역공도 못하잖아;;

일단 손해라도 메꿔야 하니까 잡죠

ㄱㅊ 그래도 이러면 폰 하나 유리한 게임임 아직 나쁘지 않아 오히려 좋아ㅋㅋ

비숍: ㅎㅇ

우리 어떡해?

님아


나: 😭😭😭

끝

내가 봤을 땐 이거 할 만했는데 아깝네

나: ???

이 상황에서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봐봐

아니 내 비숍까지 먹혔는데 여왕으로 잡는 거 말고 뭘 하라는 거니?

그냥 왕이 피하면 되잖아


나:????????

어차피 피하려고 해봤자 갇혀서 나갈 수 있는 길이 없는뎅

거기까진 나도 봤는데 이렇게 지키면 어떡해?

룩 먼저 치우고 폰 올려서 비숍 쫓아낸 다음 먹으면 되지 깔깔

아..

진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