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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데렐라
    그 외 잡것들 2023. 3. 20.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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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오는
    무언가에는 항상 그럴만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지요.

    흔히들 "신데렐라" 라고 하면 사실은 고난을 꾹꾹
    견디다가 남자 잘 만나서 인생 펴는 클리셰 가득한
    이야기 취급받는게 요즘 트렌드인거 같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봤을 땐 현대적인 기준에 맞추어 문학적
    해석을 해봐도 인생의 진리를 담고 있는 훌륭한
    이야기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내용을 들려드릴 테니 따라서 저의 주관적인 해석을 덧붙여 볼게요.

    모든 이야기는 문득 떠오른 단 하나의 의문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왕자가 신데렐라를 찾았을 때 그녀는 무도회장에서
    보여줬던 화려한 모습이 아니었죠. 돈이 많은 것도
    아니었고 신분이 높은 것도 아니었고 가족들에게
    핍박받는 재투성이 신데렐라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왜 왕자는 신데렐라랑 끝끝내
    결혼했을까요?




    -




    나쁜 계모와 언니들 밑에서 고통을 받는 신데렐라..
    어느 날 왕국의 왕자가 무도회를 연다는 소식을 듣지만 계모와 언니들이 일을 잔뜩 시켜놓고 떠났습니다.
    어찌저찌 집안일은 다 해결했지만 무도회에 입고 갈
    드레스와 구두가 없어 집에 남아 울고 있었습니다.

    >>> 작가가 계모와 언니들이라는 인물들에 대해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사랑하는 사람" 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자 같은 포지션으로
    볼 수 있겠네요. 일단 여기까지는 별 내용이
    없기 때문에 다음으로 가볼게요.



    갑자기 요정이 나타나서 신데렐라에게 마법을 써서
    호박으로 마차, 생쥐로 말, 도마뱀으로 마부, 드레스를 만들어주고 유리구두를 줍니다. 그 덕에 신데렐라는
    무도회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요정은 12시가 되면 마법이 풀리니 그 전까지는 돌아오라고
    경고합니다. 신데렐라는 들뜬 마음으로 무도회를
    갔습니다.

    >>> 여기서 요정은 "젊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마차, 드레스는 "돈, 외모"와 같은 외적으로 자신의 미(美)를 뽐낼 수 있는 것들이라고 해석할 수 있어요.
    돈도 열심히 벌고 외모를 꾸미면서 자신을 포장하며
    좋아하는 이성의 눈길을 끌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하지만, 12시에 마법이 풀리는 이유.. 저러한 "외적으로 보여지는 가치"는 언젠가 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젊음은 영원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요정이 유리구두만큼은 마법으로 만들지 않고 그냥 "줍니다". 이 부분이 진짜 숨겨진 복선이에요.

    (※번외로,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마음 의지할
    곳도 없이 평생 가족들에게 부려먹히면서 가스라이팅 당했는데 무도회에 참석하는 용기를 낸 것만 해도 진짜 멘탈이 튼튼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이 부분이 의외로 저평가 되어 있다고 느꼈어요.)



    무도회를 가니 왕자는 신데렐라의 미모를 보고 첫눈에 반했습니다. 둘은 무도회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신데렐라는 12시가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직감하자 도망을 갑니다.

    >>>처음에는 왕자도 신데렐라의 겉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아마 신데렐라 스스로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12시가 다가오자
    자취를 감춘 것이겠지요.

    돈, 외모 등으로 꾸민 모습이 아닌 마법이 풀린
    본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면 왕자가
    자신을 떠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사실 이런 고민은 모든 인간관계에서 누구나가 하는 생각 같아요. 매 순간마다 어디까지의 자신을
    보여줘야할지, 나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된 상대방이
    실망하고 떠나지는 않을까 고심하며 가면을 쓰죠.
    기원전 6세기에 나온 동화지만
    사람 사는 세상은 다 똑같네요..ㅋㅋ

    허겁지겁 도망가는 장면도 고증(?)이 잘 된 것 같아요.
    늙는 거 한순간이라고들 하잖아요.. 젊음이라는 게 있을때는 자각 못하지만 정작 사라지려 할 때
    그 값어치를 통감하게 되는 자산인 것 같아요.



    하지만 신데렐라는 도망가다가 유리구두 한 짝을
    잃어버립니다. 그것을 주운 왕자는 유리구두의 주인과 결혼하겠다고 전국에 공문을 내죠.

    >>> 그런데, 유리구두는 정체가 뭘까요? 12시가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요정조차도 만들어낼 수가 없어서
    그냥 갖다준 이 물건이 의미하는 바는 대체 뭘까요?

    그것은 바로 "내적 가치"라고 볼 수 있어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마음 속에 남아 있는 것.
    어떤 단어를 넣어도 해석은 되겠지만 저는 유리구두에 "지나간 추억"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네요.

    다시 말하면, 신데렐라는 떠났지만 왕자는 그녀와
    한때 행복했던 추억을 가지고 살아가며 신데렐라를
    그리워한다는 뜻으로 해석되죠.



    왕자가 집집마다 돌며 모든 여자에게 유리구두를 신겨보지만 전부 맞지 않습니다. 왕자가 마지막으로
    신데렐라의 집까지 찾아와서 계모와 언니들도 신발을 억지로 신으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죠.

    >>> 가만 생각해 보면 나라에 여자가 몇 명인데
    구두가 맞는 사람이 지금까지 한 명도 없었다는 게
    현실적으로 더 말이 안 되죠..?

    신데렐라와 왕자의 추억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신데렐라 말고는 없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서로에게
    항상 대체불가능하고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해요.




    마지막으로 왕자가 신데렐라에게 구두를 신겨 보자,
    정확히 발에 들어갔고 그녀가 나머지
    구두 한 짝을 들고 와서 보여 주었습니다.
    그렇게 둘은 행복하게 결혼해서 잘 살았답니다 :)

    >>>이제 이야기의 모든 전말이 다 드러났으니
    신데렐라가 나머지 구두 한 짝을 들고 와서 보여주는
    이유도 짐작이 가지 않나요?🤔

    추억이라 함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 상대방"도" 가지고 있고,
    타인이 아니라 상대방"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소중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처음에는 그녀의 미모와 꾸며낸 재력만을 보고
    사랑에 빠진 왕자였지만, 그녀와 함께한
    시간과 기억이 왕자로 하여금 그녀의 본 모습을
    보고도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이지 않았을까요?



    사실 어린이들이 읽는 동화라 내용이 너무 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세세한 디테일도 보이고 남녀의 사랑에 대해 엄청 잘 표현한
    이야기 같아요. 특히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에
    관해서는 생각해볼 만한 여지가 많더라고요.

    시간 나면 다른 이야기도 들고올게요.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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