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일기] 6 : 선택과 집중

오늘도 체스판 위에서는 전쟁이 벌어진다.

아무래도 상대는 퀸사이드 쪽의 쫄병을 밀어서 내 기지를 파괴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게도 이점은 있다. 퀸의 위치가 상대보다 더 좋고(뇌피셜), 전개 우위+2비숍을 가지고 있다.

3분 42초 정도 머리를 굴려 본 결과에 따르면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수는 크게 2가지 정도 있는 것 같다.

1. 뚫린 중앙 열에 룩을 전개시켜 측면 공격을 센터 힘싸움으로 카운터친다.

이 경우에는 상대의 퀸에 압박을 줄 수 있고 상대의 기물이 전개가 느린 점을 활용하기 좋지만 룩을 가로막고 있는 비숍을 치울 곳이 애매하고 막상 상대가 퀸 교환을 걸면 받아주기도 뭣하고 도망다니느라 수가 뺏기는 단점이 있다.

2. 나도 같이 폰을 올리면서 상대방 왕을 공격한다.

퀸의 위치가 좋고 비숍도 둘 다 킹 쪽을 노릴 수 있어서 괜찮아 보이지만 상대방 폰이 이미 2개나 올라와 있기 때문에 스피드 싸움에서 질 것 같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대로 터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중앙 비숍을 지켜주는 애가 없어서 좀 꺼림칙하다.

선택과 집중의 순간.. 과연 여러분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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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서로 반대캐슬링하면 폰 미는게 국룰인데..?

🤔 오 체잘알이시네요!

상대방도 나이트를 전개했다. 백도 폰 함부로 밀면 나이트가 바로 다이브하기 때문에 일단 지금 당장은 할 수 없다.

상대가 전개를 하는 사이 폰을 시원하게 쭉쭉 보내준다.

전개도 따라잡히고 상대 킹사이드도 닫혔지만 약점 칸이 하나 생긴 걸로 만족해야겠다.

일단 킹부터 안전한 곳으로 피하고(검은 비숍이 쳐들어올 수도 있어서) 퀸교환은 회피해준다.

비록 나이트가 내 구역에 박힌게 기분이 별로 안 좋지만 전부 예상했던 수라서 나름 계획은 있다.

상대는 룩을 전개하고 나는 비숍으로 나이트를 핀걸었다.

쌍비숍 이점은 갖다 버리고 나이트를 제거한 다음 중앙에 내 나이트 박고 폰 올려서 상대 나이트 쫓아내면 완벽할 것 같다.

어차피 뭘 하든 나이트를 잡을 생각이었는데 폰을 올려준다? 이건 나한테만 개이득인 상황이다

음 역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군.

이게 뭐야

자세히 보니 핀을 이용해서 룩이랑 킹을 포크걸어버리겠다는 나쁜 아이디어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건 내 계획에 없었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잠깐. 나 방금 미국이 감탄하고 중국이 경악하고 북한이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 눈물 흘릴 만한 전술각을 봤다.

퀸이 저 칸에 들어가면 다음 수에 체크메이트로 바로 이길 수 있잖아? 마침 퀸이 자리를 비웠으니 지금이 오히려 기회야. 저 나이트만 다른 곳으로 치우면 되니까 룩 하나 정도는 줄 수 있지ㅋㅋ

와 진짜 간만에 한 건 하는구나!!

그럼 원래 하려던 수인 폰을 그대로 올리면 되겠지???

아니! 이 정도로는 기막힌 전술이라 볼 수 없지!!

그냥 나이트가 움직일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해서 폰도 따고 왕이 도망갈 수 있는 모든 경로를 확실히 차단하는 거야

위협을 느낀 상대가 내 비숍을 잡고, 퀸이 들어갔을 때 상대는 저 흰색깔 칸을 지킬 수 없기 때문에 왕이 도주를 시도할 수밖에 없지.

그러면 나이트도 던져버리고 들어가는 거야 이미 폰으로 잡는게 강제수지

이때를 틈타 폰을 계속 밀면 체크메이트를 절.대 못막는다 이말이야~

" 영원한 체스계의 G.O.A.T "

IQ가 200인가?
바로 실행시키도록 하지.

엉? 모냐 이렇게 나와주면 나야 더 좋은데

이것도 왕이 이상한 곳으로 도망가면 여왕이 죽기 때문에 더 구석으로 도망가야 한다.

ㅋㅋㅋㅋ 이제 진짜 지켜주는 게 없네 여기서 룩까지 따먹을 줄이야. 이제 진짜 넌 끝났다 딱대라










.
.
.
?

잠깐만 뭔가 문제가 생겼는데?

가만 보니까 이게 더 선수잖아?

어쩐지 내 계획이 이상할 정도로 너무 완벽하더라.

잡아야지 어쩔 수 있나

어딜 들어오려고 그래ㅋㅋ

으아ㅏㅏ아악 나가

너도 나가~

GG

끝

...아니 왜 다 이긴 포지션을 집어던지십니까 human?



나: 아니 이게 왜 8점이나 유리해??

나이트를 후퇴시켜 더 좋은 포지션을 취하십시오.

상대가 룩을 올려 방어를 시도하는 것이 최선의 수입니다만, 이를 무시하고 들어가야 합니다.

만약 나이트를 그대로 잡는다면 퀸이 들어가면서 상대는 룩을 지킬 방법이 없고, 6수 체크메이트로 승리할 수 있습니다.

??? 어차피 잡지도 못할 거 룩을 올리는게 왜 최선수라는 거야?

멍청한 인간이여, 그런 수조차 두지 않으면 13수 체크메이트를 막을 수 없습니다.

진짜 체스 개 못하네. 너랑 안놀아준다ㅂㅂ

너도 나가 짜식아

진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