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꿀부대 가는 방법

훈련소에서 구르고 있는 친구들 모두 고생하십니다ㅋㅋ
얘들 훈련소에서 카톡도 하던데 가장 많이 나오는 내용이
XX사단 부조리 심한가? XX사단 훈련 많이하나? 뭐 그런 질문이더라고. 근데 그건 나도 모르지. 난 내 자대만 가봤으니까.
근데 그거랑은 별개로 팩트를 말해주자면 "아무도 모른다"이다. 내가 자꾸만 말해줘도 못알아먹고 자꾸 XX사단 빡셈? 물어보는 친구들 때매 딱 정리해서 설명해줌.
1. 육군/해군/공군/해병대
자대배치라는 것은 처음에 게임을 시작할때 어떤 위치에서 스폰되는지 정하는 거다. 여기서부터 소속이 다르면 그냥 서로 서버가 다른 이세계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군생활 하면서 만날 일도 없고 엮일 일도 없을 것임.
2. 사령부
군대는 마치 구조가 다단계랑 비슷해서 하나의 집단이 다른 집단 여러개로 묶여 있다고 보면 됨.
육군에는 2개의 사령부가 있는데 각각
지상작전사령부, 제2작전사령부가 있다.
지작사는 위쪽 지방을 맡고 있고
2작사는 아래쪽 지방을 맡고 있다고 보면 됨.
헉 그럼 나 지작사 부대인데 강원도에서 얼어죽는 거야??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아직은 이르다.
비유하자면 동양에서 태어날지 서양에서 태어날지 정해진 것 뿐임.
3. 군단
사령부 밑에는 군단이 있는데 내가 속한 지작사에는 수도군단이랑 1~8군단이 있다. 2작사에는 군단이 다 해체되서 사령부 밑에 바로 사단임.
근데 이것도 별 신경 쓸 필요 없는게 아시아에서 태어날지 유럽에서 태어날지 정해진 것 뿐이다.
4. 사단
보통 하나의 군단은 사단을 3개씩 가지고 있는데 내가 속한 8군단은 22사단 하나만 가지고 있음.
보통 남자들이 군대 이야기 한다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이야기가 "너 몇사단이야?" 다. 이건 자기가 한국인인지 미국인인지 일본인인지 소개하는거랑 같다. 어쩌다가 같은 나라 사람 만나면 소속감도 느껴지고 반갑게 느껴지는 딱 그 정도다.
이제 앞으로의 군생활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는 있다.
예를 들어 소말리아 같은 곳에서 태어난다면 뭔가 큰일난 거 같다는 생각이 들 텐데 거의 적중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절망할 필요까진 없다.
5. 여단/연대
22사단에는 53여단, 55여단, 56여단, 포병여단이 있다.
이렇게 보병여단 3개+포병여단 으로 하나의 사단에 3~4개의 여단이 있다. 물론 도시국가 같은 느낌으로 군단 밑에 바로 기갑여단, 포병여단 등이 있기도 함. 난 여단 소속은 아닌데 좀 있다가 다시 설명해줌.
비슷한 느낌으로 논산훈련소를 나왔다고 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이 "너 몇 연대였어?" 인데 연대랑 여단은 똑같은 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단은 도시랑 비슷하다. 이건 서울에서 태어날지 부산에서 태어날지 정해진 거다.
6. 대대
보통 하나의 여단에는 대대가 4~5개 정도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기로 했다고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게 서울에도 강남구처럼 잘사는 동네가 있고 노원구 같은 슬럼가가 있다.
이곳을 지휘하는 제일 높은 사람이 흔히 군대 관련 만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대대장이다. 여기까지 소속이 같으면 서로 만날 수도 있다.
난 22사단 바로 밑에 있는 군수지원대대이다. 이런 직할대들이 은근 많다.
7. 중대
중대장은 너희에게 실망했다의 그 중대다.
우리 대대는 4개의 중대가 있다. 보통 4~5개의 중대로 이루어져 있다. (일하는 중대3개 + 본부중대 1개)
여기는 옆집에 숟가락 개수까지 알고 있는 동네 사람들 느낌이다. 사실상 군생활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여기서 결판난다고 봐도 된다. 같은 대대라도 중대마다 문화가 다 달라서 콕 집어서 말할 수가 없다.
8. 분대
한 중대에 몇 개의 분대가 있는지는 천차만별이긴 한데 우리는 8개의 분대가 있고 거기에 각각 7~8명 정도 있다.
이제 너가 어느 집에서 태어날지 정해진 거다. 가난하지만 다같이 으쌰으쌰하면서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날 수도 있고 잘사는데 맨날 싸우고 뒷담화만 하는 집에서 태어날 수도 있는 거다.
보직은 직업이랑 똑같은거니 같은 집에 살아도 컴퓨터만 만지는 사람인지 청소만 하는 사람인지에 따라 군생활은 만족도가 달라질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나라의 재정 상태는 어떤 상황인지, 대통령은 어떤지, 시장은 어떤 사람인지, 가족들은 누군지 이런 자잘한 변수들이 너무 많아서 진짜 뭐라고 답해주기가 힘들다.
그 외 QnA
Q: 에이 그게 뭐에요 군대도 사람 사는 곳이라면서요
A: 소말리아에도 사람 많이 산다.
Q: 군대에서 죽는 사람 많다는데 진짠가요
A: 군대에서 한 달에 최소 5건은 사망 사례가 발생하는데 그 중에 3건 정도는 자살이다. 그래도 한국 사회에서보다는 의외로 훨씬 낮은 수치이다. 근데 사고사례(의식불명, 신체 절단)까지 합하면 ×3배 정도는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인근 부대에서 자살 사고 소식이 들려오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Q: 그래서 공군갈까요 육군갈까요
A: 확답은 못하겠지만 3개월을 더 있더라도 굳이 공군을 선택하는건 이유가 있을 것 같다.
Q: 훈련소 꿀팁 없나요
A: 까마득해서 기억도 안남. 근데 거긴 한달만 있을 곳이라서 딱히 의미없다. 시간날때 팔굽혀펴기해서 근력을 조금이라도 키우는 걸 추천함
Q: 어느 정도 되어야 꿀부대인가요
A: 사실 그것도 상대적이라서 말하기가 좀 그렇다. 근데 확실한 것은 아무리 좋은 부대라도 인생에서 경험한 것 중에 제일 최악의 기억을 남길 거라서 별로 상관없을 것 같기도..